그날 밤 경비실에서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 씨(가명, 54세)는 10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방범 카메라 16개를 번갈아 보며 단지를 순찰하는 일. 지루하지만 익숙한 새벽 루틴이었습니다.
2026년 5월의 어느 밤. 새벽 2시를 넘기고 나면 아파트 단지는 완전한 정적에 잠깁니다. 박 씨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가겠지, 싶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모니터 속 이상한 형체
오전 2시 47분. 12번 카메라—8층 동쪽 복도—에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입주민이 늦게 귀가하는 줄 알았습니다. 박 씨는 습관적으로 시선을 다른 카메라로 옮기려다 멈췄습니다.
형체가 이상했습니다.
사람이라면 분명히 두 발로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걷는 게 아니었습니다. 복도 끝에서 끝까지,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채로, 미끄러지듯 이동했습니다.
박 씨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모니터를 들여다봤습니다.
흰색, 혹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체. 키는 성인 여성 정도. 하지만 얼굴이... 박 씨는 눈을 비볐습니다. 카메라 해상도가 나빠서가 아니었습니다. 형체에는 얼굴이 없었습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저 흐릿하게 번진 밝기만이 있었습니다.
박 씨는 8층으로 연결되는 인터폰을 집었습니다. 경비 규정상 이상 징후가 있으면 현장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올라가서는 안 됐습니다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했을 때, 복도는 조용했습니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왜 처음 이 복도에 올 때부터 숨을 참았는지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공기가 달랐습니다.
5월인데 냉기가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켜진 것과는 다른, 축축하고 오래된 곳에서 나는 것 같은 차가움이었습니다.
복도 끝까지 걸어갔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입주민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들, 화분 하나, 그뿐이었습니다.
박 씨가 돌아서려 할 때.
814호 현관문 앞에 놓인 화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분 속 흙이 파여 있었습니다. 손가락으로 긁어낸 것처럼, 여러 줄의 홈이 파져 있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거기 쭈그리고 앉아서 흙을 긁었던 것처럼.
박 씨는 그냥 내려왔습니다. 경비 일지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적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
이틀 후, 814호 입주민이 경비실에 찾아왔습니다. 40대 초반의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며칠 전에 이 층에 올라오셨나요?"
박 씨가 그렇다고 하자, 여성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저희 아이가 잠을 깼어요. 새벽 3시 가까이. 아이가 '복도에 엄마가 서 있다'고 했는데, 저는 집 안에 있었거든요."
여성은 그 이후로도 매일 새벽, 같은 시간이면 아이가 잠에서 깬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그날 이후로 12번 카메라 영상을 저장해 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새벽 2시 40분부터 3시 10분까지의 녹화 파일이 없었습니다. 서버 오류로 인한 공백. 관리 업체는 그런 일이 간혹 있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지금도 새벽 2시 47분이 되면 12번 카메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그것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