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야근 후 귀갓길
올해 33세인 박○○ 씨(가명)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21층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회사에 다니는 그녀는 야근이 잦은 편이었고, 그날도 밤 11시가 훌쩍 넘어 퇴근했습니다.
5월 초 늦은 밤, 아파트 단지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가로등이 군데군데 깜빡이고, 주차장 CCTV 모니터 화면만이 경비실 안에서 흐릿한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피곤한 발걸음으로 1층 로비에 들어섰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 형광등이 한 번 짧게 깜빡였습니다.
별거 아니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거울 속 풍경이 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박 씨는 안으로 들어서며 습관적으로 정면의 거울을 바라봤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박 씨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울 속, 그녀의 어깨 너머로 희끄무레한 형체가 보였습니다. 키는 대략 성인만 했고, 윤곽은 분명히 사람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그냥 흐릿했습니다. 마치 사진을 현상하다가 멈춘 것처럼.
박 씨는 몸을 돌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엘리베이터는 21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탁.
갑자기 머리 위의 조명이 꺼졌습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박 씨는 뒤통수로 무언가의 숨결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숨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차가운, 마치 냉동실 문을 열었을 때의 그 바람 같은 것이었습니다.
층수 표시등만이 6… 9… 12… 하고 올라갔습니다.
박 씨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참았습니다.
21층 복도에서 본 것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조명이 다시 켜졌습니다.
21층 복도. 박 씨는 후다닥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 쪽으로 달렸습니다.
열쇠를 꺼내며 무의식적으로 복도 끝을 흘끗 봤습니다.
복도 끝에는 비상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상구 문 바로 앞에,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는 그늘 속에 —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사람 키만 한 검은 윤곽.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서, 박 씨를 보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습니다. 손이 떨려 열쇠가 자물쇠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겨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 뒤돌아 보지 않고 문을 잠갔습니다.
새벽 2시 47분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알게 된 것
다음 날 아침, 박 씨는 같은 층 이웃인 최○○ 씨(60대 여성)를 복도에서 마주쳤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다가, 박 씨는 어젯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최 씨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21층 복도 비상구 쪽이요?"
최 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거기서 2년 전에... 혼자 살던 청년이 있었는데."
박 씨는 더 이상 듣지 못했습니다. 귀가 울렸습니다.
박 씨는 그 달이 끝나기 전에 이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사를 나가는 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21층 계단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짐은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날랐습니다.
지금도 박 씨는 야근 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 절대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