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야근 귀가
올해 33세인 박○○ 씨(가명)는 경기도 신도시의 한 아파트 16층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IT 회사에 다니는 그녀는 야근이 잦은 편이었고, 그날도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마쳤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12시 40분.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 들고, 1층 로비로 들어섰습니다. 고요했습니다. 단지 주민 대부분이 이미 잠든 시각이었으니까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딩. 문이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박 씨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16을 눌렀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뭔가 이상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이 평소보다 차가웠습니다.
12월도 아니었습니다. 4월 중순, 그날 낮은 제법 따뜻했을 정도였는데. 박 씨는 '냉방이 너무 강한가?' 싶어 흘겨보았지만 냉방은 켜져 있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3층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박 씨는 손에 든 편의점 봉투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습니다. 정면 벽에는 거울이 붙어 있었습니다. 늘 있던 거울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에 자신 외에 또 다른 형체가 보였습니다.
거울 속의 것
박 씨는 처음에 눈을 의심했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등 뒤, 꼭 1미터쯤 떨어진 거리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키는 자신과 비슷했고, 머리카락이 길었습니다. 옷은... 흰색이었습니다.
박 씨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1미터 남짓한 엘리베이터 공간.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거울 속에는 여전히 그것이 서 있었습니다.
박 씨는 이를 악물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닫힘 버튼, 16층 버튼을 연달아,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는 느리게...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5층부터 9층까지
5층, 6층, 7층.
박 씨는 정면을 보지 않으려 발끝을 응시했습니다. 하지만 시야 끝에 거울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보다 조금...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거기... 있어요?"
박 씨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 높은 산에 올랐을 때처럼 기압이 변하는 것 같은 이상한 압박감.
9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췄습니다.
박 씨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9층 복도.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완전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려는 듯 멈춰 있었습니다.
박 씨는 닫힘 버튼을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눈을 감았습니다.
16층에서
딩.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멈췄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박 씨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뒤로 물러났습니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집 문 앞까지 달렸습니다.
손이 떨려서 세 번이나 비밀번호를 틀렸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습니다. 그리고 현관 바로 옆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손목시계 앱으로 시각을 확인했습니다.
새벽 1시 13분.
지하 1층 주차장에서 16층까지 평소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분. 그런데 박 씨가 집에 들어온 시각은 아파트 CCTV 기록상 새벽 1시 9분이었고,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시각은 12시 41분이었습니다.
28분.
엘리베이터 안에서 28분이 흘러 있었습니다.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후 박 씨는 같은 동 주민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경험을 한 적 있냐고.
옆집 아주머니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3년 전에 이 동 9층에서... 사람이 한 명 없어졌어요. 밤에 엘리베이터 탔다가 그냥... 아직도 못 찾았대요."
박 씨는 지금도 새벽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울이 있는 공간에서는 절대로 등 뒤를 방심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