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후 텅 빈 아파트
최○○ 씨(가명, 31세)는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14층짜리 건물. 입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이웃을 거의 마주친 적이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항상 혼자 탔고, 복도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고요하고 조용한, 그냥 그런 아파트였습니다. 최 씨는 그 조용함이 편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까지는요.
그날 밤, 문이 닫히기 직전
2026년 3월의 어느 수요일 새벽 2시 14분.
최 씨는 야근을 마치고 터덜터덜 귀가했습니다. 회사에서 이틀째 일이 쌓여 있던 터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캔 맥주 하나를 사서 들어왔고, 1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딩.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최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9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누군가 미끄러지듯 들어왔습니다.
최 씨는 자동으로 한쪽으로 비켰습니다. 늦은 시간에 같이 탄 게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누가 들어왔나 확인하려고 살짝 곁눈질을 했습니다.
여자였습니다.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내려와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키는 최 씨보다 조금 작았습니다. 엘리베이터 한쪽 구석에 서서 바닥을 보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특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늦게 들어오는 입주민이겠거니 싶었습니다.
아무 층도 누르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 씨는 그제야 이상한 것을 눈치챘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 패널을 보았을 때, 9층 버튼만 켜져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서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같은 층인가?
최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래도 조금 이상한 느낌은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묘하게 차가웠습니다. 3월 새벽이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었지만, 아파트 로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차가웠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희미하게 입김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냄새가 났습니다.
낡고 습한 냄새. 오래된 물에 젖은 종이 같은 냄새. 최 씨는 코를 살짝 찡그렸습니다.
엘리베이터가 5층을 지났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6층.
7층.
최 씨는 다시 한번 그 여자를 곁눈질로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발끝도, 손도, 머리카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있었습니다. 숨을 쉬는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8층.
그때 그것이 움직였습니다.
아주 천천히. 마치 초침이 움직이듯 느릿하게. 그 여자가 고개를 최 씨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 씨는 정면을 보려고 했습니다. 다른 곳을 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눈이 그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옆으로 쓸렸습니다.
얼굴이 없었습니다.
피부색의 매끄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없었습니다. 그냥 하얗고 매끈하게 닫혀 있는 면.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는, 달걀 껍데기 같은 표면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최 씨 쪽을 향해 있었습니다.
얼굴이 없는데도, 보고 있다는 것을 최 씨는 알 수 있었습니다.
딩.
9층 문이 열렸습니다.
엘리베이터 CCTV에 찍힌 것
최 씨는 기억이 없습니다.
어떻게 방에 들어왔는지, 현관문을 잠갔는지, 불을 켰는지 기억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실 벽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손에 쥐고 있던 캔 맥주는 터뜨려져 있었고, 맥주가 손등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최 씨는 경비실에 찾아갔습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혹시 CCTV에 찍힌 게 있나 확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경비원은 별 말 없이 영상을 돌려보았습니다.
새벽 2시 14분. 1층 엘리베이터.
영상에는 최 씨가 혼자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이 닫혔습니다.
혼자였습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 들어온 여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가 있던 자리 옆, 구석 쪽을 보면 바닥 타일에 젖은 발자국 같은 것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경비원은 청소하다 물이 튀었겠거니 했지만, 그 발자국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작해서 최 씨 바로 옆에서 끝나 있었습니다.
아직도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습니다
최 씨는 그 이후로 이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직 이사는 못 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습관이 생겼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반드시 먼저 안을 확인합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탑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에 누군가 타려 하면, 최 씨는 억지로라도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함께 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버튼을 한 번도 누르지 않는다면, 혹시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면.
절대 보지 마십시오.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