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스마트폰 속 거실
김준호 씨(가명, 34세)는 서울의 작은 IT 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아내 박수진 씨(가명)가 파트타임 일을 시작하면서, 저녁 시간대에 여섯 살 딸 민지(가명)가 혼자 집에 있는 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해 봄, 거실과 현관, 그리고 민지 방에 홈 CCTV를 설치했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이 되는 제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은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저녁 9시가 넘어 퇴근 버스 안에서, 김 씨는 습관처럼 앱을 열었습니다.
화면 속 민지는 소파 앞에 앉아 블록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민지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습니다. 거실 오른쪽 구석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입술이 움직였습니다. 무언가를 향해 말을 걸고, 고개를 끄덕이고, 블록 하나를 들어 그쪽으로 내밀었습니다.
카메라 앵글에 그 '구석'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집에는 민지 혼자 있어야 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가족 셋뿐이었습니다. 김 씨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할머니랑 놀았어"
아내가 달려갔을 때, 현관은 잠겨 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민지 혼자였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민지에게 물었습니다.
"아까 누구랑 얘기했어?"
아이는 눈을 깜빡이다가 해맑게 웃었습니다.
"할머니."
그 한 마디에 김 씨는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빠졌습니다.
민지의 할머니, 즉 김 씨의 어머니 김말순 씨(가명)는 석 달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뇌졸중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입원해 계실 때 병문안을 가지 못한 것이, 그 이후 삼 개월째 김 씨의 가슴에 돌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내일 가야지. 내일 가야지. 그 내일이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민지야,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셨잖아."
민지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아닌데. 할머니 왔는데. 나랑 같이 블록 했어. 이거 예쁘다고 했어."
아이는 파란색 블록을 들어 보이며 웃었습니다.
점점 이상해지는 것들
그날 이후 김 씨는 CCTV 영상을 꼼꼼히 되감기 시작했습니다.
사흘 뒤. 오후 4시 22분. 민지가 낮잠을 자는 시각. 거실 식탁 위 화분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데 두 뼘쯤 옆으로 밀려났습니다.
닷새 뒤. 새벽 2시 47분. 안방 문이 혼자 열렸습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문이 열린 뒤 3초간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이 다시 닫혔습니다.
일주일 뒤. 민지 방 영상. 자고 있는 민지의 머리맡에서 베개 위 머리카락이 살며시 흩어졌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누군가의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이.
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체도 없었습니다. 그저 머리카락만 움직였습니다.
김 씨는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봤습니다. 몇 번을. 그래도 같았습니다.
CCTV가 찍은 것
그 주말. 김 씨는 처음 이상한 일이 있던 날의 영상을 다시 꺼냈습니다. 민지가 구석을 보며 웃었던 그 장면.
이번에는 화면 편집 앱을 써서 밝기를 최대로 올렸습니다.
카메라 앵글이 닿지 않는 거실 오른쪽 구석.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어둠이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밝기를 높이자 어둠 속에 무언가가 드러났습니다.
윤곽이었습니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윤곽.
앉아 있는 사람의 형태. 민지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자세.
김 씨는 화면을 더 확대했습니다.
얼굴이 보였습니다.
흐릿했습니다. 픽셀이 뭉개졌습니다. 하지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연보라색 카디건. 흰 머리카락. 생전에 늘 짓던 그 온화한 표정.
어머니였습니다.
김 씨는 한참을 그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손발이 싸늘해지는지, 눈물이 나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전한 말
그날 밤, 김 씨는 침착하게 민지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민지야, 할머니가 뭐라고 했어? 기억해?"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꼽았습니다.
"음... 아빠 힘들지 않냐고. 걱정된다고."
"그리고?"
"그리고... 아빠한테 말해 달라고 했어."
"뭘?"
민지는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아버지를 바라봤습니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잘 있다고.'"
김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어머니가 입원해 계실 때,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준호야, 바쁘면 안 와도 돼. 괜찮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다음 날 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부고가 왔습니다.
그 뒤로 CCTV에는 더 이상 이상한 것이 찍히지 않았습니다.
문은 혼자 열리지 않고, 화분은 제자리를 지킵니다.
민지는 가끔 베란다 쪽을 바라보며 혼자 웃습니다.
무엇을 보는지, 김 씨는 이제 묻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재창작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 및 특정 인물과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