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야간 근무, 그리고 파라솔 자리
이하늘 씨(가명, 26세)는 취업을 준비하며 집 근처 24시간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특히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는 손님이 거의 없어 매장 안은 형광등 소리만 들릴 만큼 조용했다.
매장 앞에는 파라솔 테이블이 세 개 놓여 있었다. 손님이 잠깐 앉아 컵라면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야외 좌석이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을 때, 하늘 씨는 새벽 2시 50분쯤 유리창 너머 가장 구석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 있는 걸 봤다.
그날은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우산도 없이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며 하늘 씨는 노숙인이거나 취객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새벽 손님을 상대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보는 법이었다.
젖지 않는 사람
문제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시각에 같은 자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항상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얹고, 고개를 정면으로 든 채 매장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하늘 씨는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도, 이후 찾아온 폭염의 밤에도, 그 사람은 늘 같은 베이지색 코트 차림이었다. 비에 젖은 흔적도, 더위에 지친 기색도 없었다. 미동조차 없었다.
가장 이상했던 건 자세였다.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정지 화면처럼 자세가 한 치도 바뀌지 않았다. 하늘 씨가 잠깐 창고에 다녀와 다시 카운터에 앉아도, 그 사람은 여전히 같은 각도로, 같은 자리에 있었다.
한 칸씩 가까워지는 자리
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분명 가장 구석의 3번 테이블이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2번 테이블로, 또 며칠이 지나자 유리창 바로 앞 1번 테이블로 자리가 옮겨 있었다.
하늘 씨는 그 사람이 자리를 옮기는 순간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잠깐 눈을 돌렸다 다시 봤을 뿐인데, 늘 한 칸씩 매장과 가까워져 있었다. CCTV를 돌려봐도 마찬가지였다. 화면 속에는 사람이 테이블 사이를 걸어 이동하는 장면이 단 한 프레임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어느 순간 자리만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동료 알바생 민재(가명)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저기 파라솔에 요즘 계속 앉아 있는 사람 못 봤어?" 민재도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봤어. 근데 좀 이상하지 않냐, 저 사람 표정이... 계속 웃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하늘 씨는 처음으로 그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봤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번 테이블까지 다가온 밤, 하늘 씨는 마감 준비를 위해 매장 앞 유리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잠그기 전 마지막으로 밖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었다.
유리문 바로 너머,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하늘 씨는 처음으로 그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입꼬리가 부자연스럽게 위로 당겨진 채 굳어 있는 웃음이었다. 눈은 하늘 씨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보다 조금 위, 하늘 씨의 어깨너머 매장 안쪽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늘 씨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텅 빈 매장. 아무도 없었다.
다시 앞을 봤을 때, 가로등 불빛 아래 그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몸은 여전히 정면을 향해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데,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만 홀로 고개를 돌려 하늘 씨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림자의 얼굴에는, 그 웃음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하늘 씨는 문을 잠그지 못한 채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지금도 그 자리엔
하늘 씨는 다음 날 곧바로 그만뒀다. 사장님께 이유를 설명하자, 사장님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 전에 일했던 애도... 갑자기 그만뒀었어. 이유는 안 물어봤는데."
며칠 뒤 민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즘도 파라솔 자리에 그 사람이 보인다고, 이번엔 1번 테이블이 아니라 매장 유리문 바로 안쪽, 계산대 옆 빈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늘 씨는 그 문자를 읽은 뒤로, 밤늦게 편의점 앞을 지날 때마다 창밖 대신 매장 안쪽을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