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위의 빨간 X자
한 씨(가명, 27세)는 지난 토요일 밤, 친구 윤 씨(가명)의 집에서 열린 할로윈 파티에 까마귀 분장을 하고 갔습니다. 검은 깃털 천을 한 장 한 장 직접 이어 붙인 의상이었고, 부리가 달린 가면은 몇 주 전부터 만들어 둔 것이었습니다. 참석자는 집주인 윤 씨와 한 씨를 포함해 모두 일곱 명. 좀비, 마녀, 호박 머리, 해적. 까마귀는 한 씨 하나뿐이었습니다.
밤 열 시쯤, 현관 문틀에 걸려 왼쪽 소매가 길게 뜯어졌습니다. 한 씨는 윤 씨 집 안방에 혼자 들어가 서랍장 위의 반짇고리를 열었습니다. 검은 실은 보이지 않았고, 남은 것은 빨간 실뿐이었습니다. 한 씨는 어쩔 수 없이 빨간 실로 뜯어진 자리를 꿰맸습니다. 서두르다 보니 바늘땀이 삐뚤빼뚤한 X자로 겹쳤습니다. 그 사실은 한 씨만 알았습니다. 안방에는 한 씨밖에 없었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뒤로는 평범한 파티였습니다. 열한 시 반에는 일곱 명이 모두 거실에 모여 건배했습니다. 한 씨는 가면을 쓴 채 맥주병을 들었고, 열한 시 사십팔 분, 윤 씨가 "까마귀 잘 나왔다, 여기 서 봐" 하며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한 씨는 복도 쪽 문을 비스듬히 등지고 서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플래시가 한 번 터졌습니다.
일요일 오후의 사진 한 장
다음 날 오후, 윤 씨가 그 사진을 보내 왔습니다. 한 씨는 침대에 누워 사진을 열었습니다.
사진 속에는 한 씨가 있었습니다. 가면을 쓰고, 맥주병을 들고, 거실 한가운데서 어색하게 서 있는 한 씨. 거실 벽에는 주황색 전구 줄이 걸려 있었고, 사진 오른쪽 뒤로 복도로 이어지는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문 안쪽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플래시 불빛이 복도 안쪽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그곳에, 한 씨와 똑같은 까마귀 의상을 입은 사람이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서 있었습니다. 가면은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깃털이 둘러싼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한 씨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했습니다. 왼쪽 소매에 빨간 실이 보였습니다. 삐뚤빼뚤한 X자 모양으로 겹친 바늘땀. 한 씨가 안방에서 혼자 꿰맨 그 모양 그대로였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왼쪽 눈 밑에 작은 점이 있었습니다. 한 씨의 점과 같은 자리였습니다. 그 얼굴은 웃고 있었습니다. 입꼬리만이 아니라, 광대까지 밀어 올린 듯한 웃음이었습니다.
한 씨는 곧바로 윤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윤 씨는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을 친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각 복도에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열한 시 반 건배 이후로 일곱 명은 줄곧 거실에 함께 있었고, 누구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습니다. 까마귀 의상은 한 씨 것 하나뿐이었고, 복도 끝에는 안방과 욕실밖에 없었습니다.
"찍기 전 화면에는 복도가 그냥 깜깜했어. 아무도 없었다고."
윤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휴대폰 속의 낯선 사진
한 씨는 그날 밤 사진을 지웠습니다. 의상은 토요일 밤에 걸어 둔 그대로 침실 문 안쪽 옷걸이에 걸려 있었습니다. 불을 끄고 누웠지만 한참 동안 잠들지 못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복도 문 안쪽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한 씨는 습관처럼 휴대폰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가장 최근 사진이 한 장 있었습니다. 한 씨가 찍은 기억이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촬영 시각은 새벽 세 시 십이 분.
침대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플래시가 터진 흰 불빛 속에 한 씨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자는 한 씨의 얼굴. 사진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검은 깃털이 달린 소매가 걸려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쥔 손을 감싼 소매였습니다. 그 소매에는 빨간 실로 꿰맨 삐뚤빼뚤한 X자가 있었습니다.
한 씨는 고개를 들어 침실 문 쪽을 보았습니다. 의상은 옷걸이에 얌전히 걸려 있었습니다. 다가가 손으로 만져 보니 깃털이 축축하고 차가웠습니다. 밑단에는 젖은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토요일 밤 파티에서 돌아와 걸어 둘 때만 해도 깃털은 바싹 말라 있었고, 그 뒤로 옷은 한 번도 옷걸이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한 씨의 입꼬리는 아주 조금, 올라가 있었습니다. 한 씨는 꿈에서도 웃은 기억이 없었습니다.
오늘은 잘 웃네
월요일 점심, 한 씨는 윤 씨를 만나러 나갔습니다. 윤 씨는 한 씨를 보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너 오늘 표정 좋다. 원래 이렇게 잘 웃었나?"
한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왼쪽 눈 밑의 점. 입꼬리. 그것은 분명 한 씨의 얼굴이었습니다.
다만 사진 속 웃는 얼굴과, 거울 속 얼굴을 구별할 방법이 한 씨에게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괴담과 체험담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창작되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