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맞은편 승강장
서 씨(가명, 31세)는 작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마감을 겨우 넘기고 사무실을 나선 것은 밤 8시 50분이었습니다.
회색 카디건에 갈색 에코백. 서 씨는 늘 에코백을 왼쪽 어깨에만 멨습니다. 오른쪽 어깨는 어릴 때부터 가방끈이 흘러내려서, 한 번도 그쪽에 멘 적이 없었습니다.
환승역 승강장은 퇴근 인파로 붐볐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던 서 씨는 습관처럼 건너편 승강장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멈췄습니다.
건너편 승강장 기둥 옆에, 회색 카디건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어깨에는 갈색 에코백. 그 가방끈에는 서 씨가 직접 만들어 단 빨간 매듭 키링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다만 가방은 오른쪽 어깨에 걸려 있었습니다.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열차가 두 승강장 사이로 들어왔습니다. 바람과 소음이 지나가고 열차가 떠났을 때, 건너편 기둥 옆은 비어 있었습니다.
열리지 않았어야 할 현관
밤 9시 40분. 열차 안에서 휴대폰이 짧게 울렸습니다.
「현관 도어락: 문이 열렸습니다」
서 씨는 혼자 살았습니다. 가족에게도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었습니다. 놀라서 앱을 열자 현관 초인종 카메라 영상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켜져야 할 복도 센서등은 켜지지 않았고, 화면은 적외선 흑백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습니다. 카디건, 에코백.
뒷모습이었습니다. 도어락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누른 뒷모습은 그대로 문 안으로 사라졌고, 문이 닫혔습니다. 12분 뒤인 9시 52분, 휴대폰이 다시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문이 안에서 열렸습니다.
나가는 영상에서 그것은 현관 앞에 멈춰 섰습니다. 천천히 돌아섰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올려다보았습니다.
서 씨의 얼굴이었습니다.
입꼬리가 아주 조금, 서 씨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각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밤 10시 20분. 서 씨는 현관 앞에 서서 한참 도어락을 바라보았습니다. 문은 잠겨 있었고 집 안은 조용했습니다. 방 안의 불을 모두 켜 보니 없어진 물건은 없었습니다. 다만 침대 위 베개가 누군가 방금 누웠다 일어난 듯 깊게 눌려 있었습니다.
체인 너머의 목소리
토요일, 서 씨는 현관에 체인을 달고 하루 종일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도어락 비밀번호도 바꿨습니다.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며 서 씨는 한 가지를 확인했습니다. 영상 속 그것은 에코백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서 보면 왼쪽이 오른쪽으로 보입니다. 거울에 비친 서 씨처럼.
일요일 새벽 3시 7분.
거실 소파에서 눈을 붙이고 있던 서 씨는 현관 쪽에서 나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삑. 삑. 삑. 삑. 삑. 삑.
도어락 숫자 버튼이 눌리는 소리. 여섯 번. 바꾼 지 하루도 안 된 새 비밀번호였습니다.
철컥. 문이 열렸습니다. 문은 체인에 걸려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만큼만 벌어진 채 멈췄습니다.
소파에서 현관까지는 다섯 걸음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복도 센서등이 켜져 있었고, 그 불빛이 만든 좁은 틈 사이로 눈 하나가 보였습니다. 서 씨는 거울 속에서만 보던 자신의 눈을 알아보았습니다.
「열어줘.」
서 씨의 목소리였습니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딘가 조금 낯선, 그러나 틀림없는 자기 목소리.
「오늘은 네가 나가 있을 차례야.」
서 씨는 소파에서 숨을 멈춘 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문틈 사이로 손가락 하나가 들어와 체인을 건드렸습니다. 한 번, 두 번. 체인이 철그렁거렸습니다.
그러다 소리가 뚝 끊겼습니다. 문이 조용히 닫혔습니다. 복도에는 발소리 하나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것
월요일 아침, 서 씨는 한숨도 못 자고 출근했습니다. 옆자리 박 대리가 커피를 건네며 웃었습니다.
「어제 일요일인데 왜 나오셨어요? 제가 인사했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시더라고요.」
일요일 아침 서 씨는 체인이 걸린 집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 씨 자리 의자요. 누가 앉았다 일어난 것처럼 아직 돌아가 있던데요.」
서 씨는 그날 바로 이사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어딘가에서 거울을 마주칠 때면 먼저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버팁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먼저 깜빡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한 번도 먼저 깜빡인 적은 없습니다.
아직은.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