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르막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았다
박○○ 씨(가명, 당시 22세)는 대학 시절 외갓집 근처의 반지하 고시원에서 생활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고시원까지 걸어서 15분 거리. 그 길목에는 조명 하나 없는 완만한 오르막길이 있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 길은 '될 수 있으면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가로등이 없어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길 양쪽으로 오래된 담장만 이어졌습니다. 사람 하나 지나가면 발소리가 고스란히 울렸습니다.
박 씨는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그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가을 끝자락,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핸드폰 손전등에 의지한 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반쯤 올라왔을 즈음, 위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내려오는 여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아랫동네 주민이 내려오는 거겠지 싶었습니다.
핸드폰 불빛이 그 사람에게 닿았습니다.
여자였습니다. 긴 검은 생머리가 어깨 아래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얀 원피스 차림이었습니다. 가을 새벽에 민소매 원피스라는 게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박 씨는 고개를 들지 않으려 했습니다. 밤에 혼자 걷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 불편할 테니까.
여자가 가까워졌습니다.
5미터. 3미터. 2미터.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박 씨는 본능적으로 옆을 힐끗 보았습니다.
그리고 걸음이 멈추었습니다.
여자의 몸은 정면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없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머리는 있었습니다.
뒤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마주쳤다
목이 180도 비틀려 있었습니다. 몸은 아래를 향해 걸어가는데, 얼굴은 올라오는 방향, 즉 박 씨 쪽을 완전히 향하고 있었습니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박 씨를 보고 있었습니다.
박 씨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여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몸은 계속 아랫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점점 멀어지면서도 그 눈은 박 씨를 향한 채였습니다.
표정이 없었습니다.
소리도 없었습니다.
오직 하얀 원피스가 어둠 속으로 멀어지는 것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만은, 마지막까지 박 씨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했습니다. 다리가 돌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습니다. 오르막 한복판에 서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공백
박 씨가 다음으로 기억하는 것은 고시원 방 안이었습니다. 자신의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신발은 벗겨져 있었고, 핸드폰은 꺼져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40분이었습니다.
오르막에서 고시원까지는 걸어서 5분이었습니다.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10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기억 속 공백은 두 시간 가까이 됩니다.
박 씨는 그 사이에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외갓집 어른들에게 그 오르막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거기? 거기는 눈 마주치면 못 써. 알아봤다는 거야."
"알아봐요?"
"그게 너한테 관심 있다는 거지."
박 씨는 지금도 그 오르막을 걸었던 날 밤 두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여자의 얼굴에 눈이 몇 개였는지를.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창작된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이며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특정 장소나 실존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