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칸짜리 지하주차장
박 씨(가명, 41세)는 올해 초부터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야간 경비로 일하고 있습니다. 밤 열 시부터 아침 일곱 시까지, 두 시간에 한 번 지하주차장을 순찰하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지하 2층 주차장은 주차 칸 서른 개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고 좁은 일자형이었습니다. 천장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임 감지 센서등이 달려 있었고, 사람이 지나가면 켜졌다가 삼십 초 뒤에 저절로 꺼졌습니다. 그래서 순찰 때는 늘 손전등을 함께 들고 다녔습니다. 입구부터 맨 끝 기둥까지 센서등은 모두 다섯 구역이었습니다.
그날은 지난 삼월 초의 평범한 화요일이었고, 새벽 두 시 순찰 차례였습니다.
꺼지지 않는 불빛
계단을 내려와 지하 2층 문을 열었을 때, 박 씨는 이상한 점을 눈치챘습니다.
박 씨가 들어서자 머리 위 첫 번째 구역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켜져 있던 불이 있었습니다. 다섯 구역 중 맨 안쪽, 가장 먼 구역의 센서등이었습니다. 그 사이 세 구역은 모두 꺼져 있었습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면 켜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불빛 아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통로 한가운데, 박 씨 쪽으로 등을 돌린 채.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곧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박 씨는 입주민이 차를 찾다가 길을 잃었나 싶어 손전등을 켜고 불렀습니다.
「저기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대답이 없었습니다. 여자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한 걸음 내디뎠지만, 여자는 센서등 불빛 아래에서 미동도 없었습니다.
그때 박 씨가 있던 입구 쪽 구역의 센서등이 삼십 초가 지나 꺼졌습니다. 박 씨는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맨 안쪽 불이 꺼졌습니다. 손전등 빛은 그 먼 곳까지 닿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발밑 몇 걸음만 희미하게 비출 뿐이었습니다.
한 칸씩
몇 초 뒤, 다섯 번째 구역이 아니라 네 번째 구역의 불이 켜졌습니다.
여자는 한 칸 앞으로 와 있었습니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같은 자세로.
박 씨는 손전등을 쥔 손에 땀이 차는 걸 느꼈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불이 꺼졌습니다. 어둠. 그리고 삼 초쯤 뒤 세 번째 구역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여자는 또 한 칸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등을 돌린 채였습니다.
불이 꺼질 때마다 여자는 어둠 속에서 한 칸씩 다가왔습니다. 걸어오는 소리도 없었고, 하얀 원피스 자락은 흔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박 씨는 손전등을 발밑으로 떨군 채, 감히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구역에 불이 켜졌습니다. 박 씨가 서 있는 첫 번째 구역 바로 앞,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불이 꺼지고, 다시 어둠이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앞쪽 센서등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딸깍.
박 씨가 서 있던 첫 번째 구역, 바로 머리 위의 센서등이 켜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박 씨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화면에 찍힌 한 사람
박 씨는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대로 뒷걸음질도 하지 못한 채 서 있다가, 무전기로 울린 동료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머리 위 센서등과 계단 문 옆 초록색 비상구 표시등만 켜져 있었습니다.
관리실로 올라가 CCTV 기록을 돌려 보았습니다. 화면에는 박 씨 혼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씨 앞의 센서등이 안쪽부터 한 칸씩 차례로 켜졌다 꺼졌고, 마지막에는 박 씨가 서 있던 구역의 불이 켜졌습니다.
그 불빛 아래 바닥에는 박 씨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자는 두 개였습니다.
박 씨는 그 뒤로 센서등이 모두 교체된 지금도 지하 2층 순찰을 맡지 않습니다. 동료들은 가끔 말합니다. 새벽 두 시가 넘으면 맨 안쪽 불이 한 칸씩 이쪽으로 다가온다고.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