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석, 야간 근무
이 씨(가명, 23세)는 대학가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야간 관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하는 일은 단순했습니다. 입구 키오스크의 좌석 현황 화면을 지켜보고, 정각마다 스물네 개의 칸막이 좌석을 한 바퀴 순찰하는 것이었습니다.
10월 30일 금요일 밤은 유난히 한산했습니다. 새벽 1시에 마지막 손님이 나가자 열람실의 형광등이 절반만 남았고, 히터 바람에서는 먼지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키오스크 화면의 좌석 현황은 이용 중이면 초록색, 비어 있으면 회색으로 표시되는데, 스물네 칸이 모두 회색이었습니다.
새벽 2시 순찰을 돌기 직전, 이 씨는 화면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습니다.
17번 좌석이 초록색이었습니다.
칸막이 아래의 흰 양말
입실 시각 칸이 비어 있었습니다. 이용자 이름도, 이용권 종류도 없었고, 초록색만 켜져 있었습니다. 이 씨는 단말기 오류이려니 하며 손전등을 들고 열람실로 들어갔습니다.
사각. 사각. 사각.
15번 칸막이를 지날 때부터 연필 소리가 들렸습니다. 종이 위를 천천히 긁는 흑연 소리였습니다. 열람실에는 이 씨 말고는 아무도 없어야 했습니다.
17번 칸막이 앞에 섰을 때, 이 씨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책상 스탠드의 하얀 불빛이 칸막이 아래 틈으로 새어 나왔고, 그 빛 속에 발이 보였습니다.
흰 양말을 신은 발목. 슬리퍼는 없었습니다. 두 발은 의자 아래에서 가지런히 모여 있었습니다.
이 씨는 칸막이를 두 번 두드렸습니다.
"손님, 입실 확인이 안 되어 있어서요. 이용권 좀 확인하겠습니다."
연필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칸막이 아래의 흰 양말이 아주 천천히, 발끝부터 안쪽으로 오므라들었습니다. 마치 숨으려는 것처럼요.
비어 있는 자리
이 씨는 칸막이를 돌아 17번 자리 앞으로 갔습니다.
의자는 책상에서 반쯤 빠져나와 있었고, 그 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의자 다리 사이, 스탠드 불빛이 닿는 바닥에 흰 양말을 신은 두 발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발끝을 안쪽으로 오므린 채였습니다. 발목 위로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씨가 손전등을 바닥으로 내리비추자, 발은 사라지고 동그란 불빛만 남았습니다.
스탠드는 켜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노트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연필은 노트 위에 눕지 않고 심을 아래로 한 채 비스듬히 서 있었습니다. 방금까지 누가 쥐고 있었다는 듯이요.
노트 한 면 가득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아직 안 끝났어요. 아직 안 끝났어요.
마지막 줄은 '아직 안 끝났'에서 끊겨 있었고, 그 뒤 종이에는 연필 가루가 갓 떨어진 듯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씨가 손등을 가져다 대었을 때, 의자 등받이는 따뜻했습니다.
퇴실 처리
아침에 출근한 사장은 이 씨의 이야기를 듣고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17번은 이용권을 팔지 않는 자리라고, 매일 밤 켜지는데 그냥 두면 새벽에 알아서 꺼진다고 했습니다. 끄려고 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요.
그러나 이 씨는 이튿날 토요일 밤, 다시 초록색이 켜진 17번을 보고 참지 못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강제 퇴실 버튼을 눌렀습니다.
화면에 '퇴실 처리되었습니다'라는 글자가 떴습니다.
그 순간 열람실에서 의자가 뒤로 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어서 양말 신은 발이 마룻바닥을 디디는 소리가 입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툭. 툭. 툭.
이 씨 바로 옆을 지나 자동문 센서에서 딩동 소리가 울렸습니다.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이 씨는 그 주말을 끝으로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학교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자리에 앉든 옆 칸막이 아래에는 흰 양말을 신은 발이 있습니다. 슬리퍼 없이, 두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로.
이 씨가 칸막이 너머로 옆자리를 넘겨다보면, 의자에는 언제나 아무도 없습니다. 칸막이 아래의 발은 그대로인데도요. 옆 칸막이 너머에서 연필 소리가 나는 것은, 언제나 이 씨가 연필을 내려놓았을 때입니다.
그날 밤 자동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퇴실한 것이 아니라, 17번에서 이 씨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