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좁은 복도의 끝방
서른을 앞둔 이지은 씨(가명, 29세)는 대학가 근처 오래된 고시원 4층, 복도 맨 끝 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야근이 잦은 편집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늘 자정을 넘겨서야 퇴근길에 올랐다.
건물 계단을 오르면 형광등 하나가 파르르 떨며 깜빡이는 좁은 복도가 나왔다. 폭이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빠듯한 그 복도 끝에, 그녀의 방이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밤이었다. 계단을 다 올랐을 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터벅. 터벅. 터벅.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가 싶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매일 밤 1시 40분, 문 앞에서 멈추는 것
그날 이후로 발소리는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찾아왔다.
새벽 1시 40분. 정확히 그 시각이 되면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시작됐다. 느리고 무거운, 맨발로 걷는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방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멈췄다.
노크는 없었다. 벨소리도 없었다. 그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언가 서 있는 기척만 느껴졌다.
이지은 씨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을 죽였다. 방 안 공기가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1분, 2분, 5분. 그러다 발소리는 다시 복도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며칠 뒤, 복도에서 마주친 옆방 사람에게 슬쩍 물었다. 밤마다 누가 자기 방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그 사람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 방... 아직도 그래요? 저도 예전에 그 방 썼었는데."
더 묻고 싶었지만, 그는 서둘러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어스코프 너머의 눈
참다못한 어느 밤,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춘 순간이었다.
이지은 씨는 숨을 참고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갔다. 도어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댔다.
평소라면 볼록렌즈 너머로 휘어진 복도와 맞은편 문이 둥글게 보여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렌즈 전체가 무언가로 꽉 막혀 있었다.
눈을 더 가까이 댔다. 그 순간, 초점이 맞았다.
눈이었다.
렌즈 반대편에, 사람의 눈이 렌즈에 닿을 듯 바짝 붙어 있었다. 실핏줄까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까웠다.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움직이자, 그 눈동자도 미세하게 따라 움직였다. 마치 자신을 정확히 겨냥하듯이.
이지은 씨는 뒷걸음질 쳤다. 발이 꼬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문 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손톱으로 문을 긁는 듯한, 사각. 사각.
그리고 완전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녀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문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스코프에도, 문틀에도.
아직도 그 눈을 잊지 못한다
이지은 씨는 그로부터 보름 만에 고시원을 떠났다.
떠나기 전날, 총무에게 그동안의 일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총무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그 방... 최근 세 명이 다 한 달을 못 채우고 나갔어요. 다들 이유는 말 안 하던데."
그녀는 도어스코프에 대해서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그 눈이 다시 자신을 알아볼 것만 같아서였다.
새로운 원룸으로 이사한 뒤, 그녀는 가장 먼저 도어스코프에 스티커부터 붙였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하지만 가끔, 새벽 1시 40분 무렵 잠에서 깰 때가 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현관문 쪽을 바라본다.
스티커로 막아둔 렌즈 뒤편에서, 지금도 무언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혹시 오늘 밤, 문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도어스코프에 눈을 대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건물, 고시원, 인물이나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