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이틀 전의 사전 점검
정 씨(가명, 41세)는 철거 업체에서 일하며 건물 해체 전 잔류 위험물을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3일 화요일 밤, 그가 맡은 곳은 국도변에 3년째 방치된 폐주유소였습니다. 지난주에 비워 둔 지하 저장탱크의 잔류 유증기 측정은 국도를 오가는 차량 소음과 매연을 피해 야간으로 잡혀 있었고, 그는 혼자 형광 조끼를 입고 손전등을 든 채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전기는 폐업 직후 끊겨 있었습니다. 캐노피의 형광등은 모두 죽어 있었고, 국도 건너편 가로등 하나만이 멀리서 주유소 바닥에 희미한 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3년 치 먼지와 낙엽이 쌓여 있었고, 공기에서는 기름 냄새와 습한 철 냄새가 났습니다.
밤 11시 50분. 정 씨는 주유기 세 대를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노즐은 전부 걸이에 걸려 있었고, 계기판은 새까맸습니다.
켜지는 숫자
자정을 막 넘겼을 때였습니다.
딸깍.
등 뒤에서 쇠가 걸이에서 빠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정 씨가 돌아보자 3번 주유기의 노즐이 땅에 늘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꺼져 있어야 할 계기판에 붉은 숫자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0.00.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00. 2.00. 3.00. 호스가 부풀며 안에서 액체가 흐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장탱크는 지난주에 이미 바닥까지 비워 놓은 상태였는데도요.
콸콸콸.
손전등 빛을 땅에 비추자 노즐 끝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닥의 먼지가 호스 쪽에서부터 둥글게 번져 가며 젖고 있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차량의 주유구가 거기 있는 것처럼요.
계기판 숫자는 30리터, 40리터를 넘어 계속 올라갔습니다.
사무실 안의 프린터
유리문 너머 사무실에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수증 프린터가 종이를 뱉는 소리였습니다.
정 씨는 홀린 듯이 사무실 문을 밀었습니다. 계산대 위에는 영수증이 한 장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한 장. 또 한 장.
그는 가장 위의 영수증을 집어 올렸습니다. 차량번호란에 적힌 번호는 낯익었습니다.
정 씨의 자가용 번호였습니다. 갓길에 세워 둔 바로 그 차.
프린터는 멈추지 않고 계속 종이를 뱉어 냈고, 계산대 위에는 어느새 영수증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정 씨는 그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겼습니다. 같은 번호, 같은 시각의 거래가 날짜만 하루씩 거슬러 올라가며, 3년 전 폐업하던 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찍혀 있었습니다.
다시 맨 위의 첫 장을 집어 들었을 때에야, 그는 거래 일시를 보았습니다.
오늘, 03시 07분.
아직 오지 않은 시각이었습니다.
3시 7분
정 씨는 사무실을 뛰쳐나왔습니다. 손목시계는 03시 06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길어야 몇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는 갓길에 세워 둔 자기 차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차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3번 주유기 옆에 시동이 꺼진 채 서 있었습니다. 운전석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호스 끝 노즐이 주유구에 깊숙이 꽂혀 있었고, 주유기 표시창의 숫자는 아직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차에 다가가던 정 씨는 표시창의 붉은 불빛 아래 그림자를 보고 얼어붙었습니다.
캐노피 바닥에 그림자가 둘이었습니다. 하나는 정 씨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뒤에서부터 길게 뻗어 나와 있었습니다. 사람이 서 있는 형태였지만, 뒤를 돌아보아도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손목시계가 03시 07분으로 넘어가는 순간, 계기판 숫자가 멈추었고 노즐이 철컥 빠졌습니다.
"가득 넣어 드렸습니다."
귓가에서, 아주 가까이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 3시 7분의 문자
정 씨는 어떻게 차를 몰고 현장을 빠져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차의 연료계는 가득 차 있었고, 그 바늘은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한 칸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매일 새벽 3시 7분이면 그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한 통씩 도착합니다. 카드 결제 알림도 아닌, 발신번호도 없는 짧은 문장.
"다음 주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철거는 이틀 뒤 예정대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 씨는 그 뒤로 어떤 주유소 앞도 지나지 못합니다. 캐노피 아래 불이 꺼진 주유기를 볼 때마다, 거기서 붉은 숫자가 한 번 깜빡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