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때문에 시작한 야간 알바
조은재 씨(가명, 23세)는 휴학 중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도권 외곽의 실내 공포 체험 테마파크 '블랙아웃 하우스'에 야간 알바로 들어갔다. 낮에는 텅 빈 사무 건물처럼 조용하다가, 밤이 되면 조명이 꺼지고 안개가 깔리며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하는 곳이었다.
은재 씨의 업무는 손님 인솔과 동선 통제였다. 배우는 아니었지만, 인력이 부족한 날에는 대타로 분장을 하고 구역에 서 있기도 했다.
시설은 총 여섯 개의 테마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정신병동을 콘셉트로 한 2, 3구역이 가장 인기였다. 낡은 환자복을 입은 배우들이 통로 곳곳에 숨어 있다가 손님들을 놀라게 했다.
문제의 그 통로는 애초에 구역도 아니었다. 2구역과 3구역을 잇는, 폭 1미터 남짓한 '격리 통로'라 불리는 이동로였다. 배우 배치도에는 포함되지도 않는 곳이었다. 좁고 천장이 낮았고, 붉은 비상등 하나만 깜빡이며 안개 사이로 희미한 빛을 흘렸다.
격리 통로에서 스쳐 간 얼굴
입사 3주 차, 야간 마감을 앞둔 시간이었다. 은재 씨는 마지막 팀을 인솔해 격리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통로 중간, 벽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숙인 사람이 있었다. 낡은 환자복. 오른쪽 얼굴을 덮은 붕대. 왼발을 살짝 끄는 듯한 자세.
'대타 배우가 여기도 서 있구나.'
은재 씨는 자연스럽게 손님들을 이끌고 그 옆을 지나쳤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것이 고개를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흔한 연출이었다. 처음 온 손님 몇 명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은재 씨는 대수롭지 않게 다음 구역으로 손님들을 넘기고 무전기를 들었다.
"3구역, 마지막 팀 넘겼습니다."
그런데 무전 너머에서 이상한 답이 돌아왔다.
"어? 은재 씨, 지금 3구역 담당 배우 저 여기 대기실인데요."
"그거 원래 배우잖아"
은재 씨는 방금 본 것을 다시 떠올렸다. 환자복, 붕대, 끄는 발. 분명 그 시간대 배치도에 있어야 할 모습이었다.
휴게실로 돌아와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 그 시간, 격리 통로에는 애초에 아무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2, 3구역 배우 두 명 모두 각자의 구역 안쪽 대기 지점에서 다음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CCTV 타임로그로 확인됐다.
동료 배우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원래 연기잖아. 우리 중 누가 자기 위치 잠깐 벗어났나 보지."
관리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동선 착각했겠지. 신입 때는 다 그래."
은재 씨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믿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아무도 배정되지 않은 시간
그 뒤로 몇 주간, 비슷한 이야기가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스태프들도 마감 시간, 격리 통로에서 같은 형체를 봤다고 했다. 항상 왼발을 끌고, 항상 오른쪽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등판에 적힌 숫자 '7'.
이상한 건, 2, 3구역 환자복 의상은 번호가 1번부터 6번까지밖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창고에도, 발주 기록에도, 7번 의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목격담이 늘어날수록, 마감조 근무표에는 조용히 교체 요청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날 개인 사정으로", "다른 구역으로 바꿔달라"는 메모들. 대부분 격리 통로를 지나야 하는 마감 타임이었다.
그날 밤, 통로 끝에서
한 달 뒤, 은재 씨는 마감 최종 점검을 위해 혼자 격리 통로에 들어섰다. 손님이 모두 빠져나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통로 안은 조용했다. 안개 기계도 꺼져 있었다. 붉은 비상등만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였다.
통로 끝, 막다른 코너에 그것이 서 있었다.
이번엔 훨씬 가까웠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은 마스크와 분장 아래서 늘 거친 숨을 몰아쉬었는데, 이것에게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은재 씨는 무전기를 눌렀다. "3구역 배우, 지금 어디 계세요?"
"저요? 대기실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데요."
같은 순간, 눈앞의 붕대가 스르르 풀렸다.
오른쪽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도 그 구역은 비어 있다
은재 씨는 그날 이후로도 그 일터에서 계속 일한다. 다만 마감 시간, 격리 통로 점검만큼은 절대 혼자 하지 않는다.
근무표에는 이제 손글씨로 적힌 메모가 붙어 있다. "격리 통로 - 배우 배치 금지."
관리자에게 언제부터 이 메모가 있었는지 물었을 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입사하기 훨씬 전부터, 그 문구는 늘 그 자리에 붙어 있었다고.
지금도 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저기 격리 통로에 서 계시던 분,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여러 공포 체험담의 요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특정 장소와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