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똑같은 새벽
이○○ 씨(가명, 52세)는 8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었습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자정을 넘긴 시각, 지방 국도를 따라 손님을 태우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가로등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구간에 들어서자, 라디오 소리마저 지지직거리다 끊겼습니다. 이 씨는 습관처럼 창문을 살짝 열었습니다. 차가운 밤공기가 훅 들어왔습니다. 풀냄새와 아스팔트 냄새가 뒤섞인, 익숙한 새벽 냄새였습니다.
새벽 3시 40분. 국도변 정류장 근처에서 손을 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씨는 차를 세웠습니다. 뒷좌석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조용히 올라탔습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 씨는 백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봤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창밖만 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짧게 목적지만 말했습니다.
이 씨는 별생각 없이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백미러를 보지 않는 손님
몇 분쯤 달렸을까요. 이 씨는 무심코 백미러로 뒷좌석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남자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자세도 그대로였습니다. 마치 처음 탔을 때 그 자세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 씨는 백미러 각도를 살짝 조정하는 척하며 다시 뒷좌석을 살폈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정확히 백미러를 피해서.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십여 분 뒤, 다시 백미러를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씨가 눈을 마주치려 하면, 남자는 그 순간을 정확히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계속.
차 안 온도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히터를 틀어놨는데도 발끝이 시렸습니다. 이 씨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손님, 이 근처 사세요? 이 시간엔 버스도 끊겼을 텐데."
대답이 없었습니다. 백미러 속 남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라디오 볼륨을 조금 높였습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만 흘러나왔습니다. 손을 뻗어 채널을 돌려봤지만, 어느 채널을 틀어도 잡음뿐이었습니다.
뒷자리에서 나던 냄새
국도는 점점 더 어두워졌습니다. 마을 불빛도 끊기고, 가로등도 드문드문해졌습니다.
이 씨는 뒷좌석에서 희미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 온 뒤 젖은 흙냄새 같기도 하고, 오래된 옷장 냄새 같기도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였습니다.
백미러를 다시 봤습니다.
남자의 실루엣이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어깨선. 목선. 어딘가... 낯익었습니다.
이 씨는 애써 시선을 도로로 돌렸습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습니다.
그때,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기사님도... 피곤하시죠."
목소리가 이상했습니다. 낯선 사람의 목소리인데,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이 씨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듯한, 미묘하게 어긋난 울림.
이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백미러를 정면으로 봤습니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눈은 초점이 없었습니다. 이 씨를 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 씨 너머 어딘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어딘가 잘못 그려진 것 같은 미소.
이 씨는 급히 시선을 도로로 돌렸습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며
내비게이션이 목적지 도착을 알렸습니다.
이 씨는 속도를 줄이며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낯익은 골목이었습니다. 낯익은 대문. 낯익은 담벼락.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얼른 이 손님을 내려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차가 멈췄습니다. 뒷문이 열렸습니다.
남자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 몸을 살짝 숙여 운전석 쪽을 바라봤습니다.
이 씨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번엔 백미러가 아니었습니다. 직접.
남자의 얼굴이 온전히 보였습니다.
이 씨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남자는 낮게, 짧게 말했습니다.
"수고했어."
이 씨 자신의 목소리였습니다. 억양까지 똑같았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이 씨는 멍하니 백미러를 봤습니다. 뒷좌석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습니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주소는 제 집이었습니다
이 씨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손이 떨려서 핸들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습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다시 봤습니다.
목적지 주소.
이 씨는 그 주소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그것은 이 씨가 8년째 살고 있는, 바로 자신의 집 주소였습니다.
이 씨는 그날 새벽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국도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것은 해가 완전히 뜬 뒤였습니다. 현관문을 열 때,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습니다.
집 안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이 씨는 지금도 그 시간대, 그 국도를 지납니다. 하지만 그 정류장 근처에서 손을 드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차를 세우지 않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날 밤, 자신의 집에 먼저 도착해 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그 집에서, 자신인 척 살고 있는 것은 정말 자신이 맞을까.
이 이야기는 실제 구전 체험담과 도시전설을 바탕으로 완전히 재창작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