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끝난 새벽
서울에 사는 박 씨(가명, 34세)는 IT 회사의 개발자입니다. 마감 시즌만 되면 새벽 귀가가 일상이 된 지 오래였습니다.
2026년 5월의 어느 수요일 새벽 2시. 박 씨는 지하철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손가락은 키보드를 두드리느라 굳어 있었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빨리 샤워하고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 앞에 섰을 때,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실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박 씨는 1인 가구였습니다. 아침에 분명히 불을 껐습니다. 외출 전에는 항상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라 절대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도어락 고장나서 누가 들어온 건가?'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 가방을 꽉 쥐었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
조심스럽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삐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잠금 해제 기록을 확인해보니 마지막 사용은 아침 8시 40분, 본인이 나갔던 때였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도 들어온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실 불은 켜져 있었습니다.
박 씨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거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소파가 보였습니다.
소파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박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비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구멍이 조여드는 느낌. 손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은... 박 씨 자신이었습니다.
똑같은 검은 후드티. 오늘 아침에 입고 나간 그 옷. 똑같은 안경. 똑같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것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현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박 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5초의 침묵
그것과 박 씨는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1초. 2초. 3초.
박 씨는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야 억지로 공기를 들이마셨습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표정이 없었습니다. 눈이 박 씨를 향해 있었는데, 눈동자가 초점 없이 흐릿했습니다. 마치 빛이 통과하는 것처럼.
4초. 5초.
그것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오른쪽으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45도.
그 순간 박 씨는 뒤돌아 달렸습니다.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비상계단으로 뛰어내려갔습니다. 7층에서 1층까지 멈추지 않고. 현관 로비로 나와 경비실로 달려갔습니다.
"저... 저희 집에 누가 있어요. 빨리요!"
경비원과 함께 다시 7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조심스럽게 집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거실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습니다.
소파는 비어 있었습니다.
사라진 흔적
경비원이 집 안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화장실, 침실, 옷장 안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습니다. 베란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어락 기록에도 추가 출입 기록은 없었습니다.
박 씨는 경비원이 돌아간 뒤 소파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소파 쿠션이 눌려 있었습니다. 누군가 앉아 있다가 일어난 것처럼, 쿠션 한쪽이 움푹 패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파 팔걸이 위에.
박 씨의 것과 똑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이 놓여 있었습니다. 잠금 화면에는 박 씨 자신의 얼굴 사진이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가방을 열었습니다. 본인 스마트폰은 가방 안에 있었습니다.
소파 위의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습니다. 차가웠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0%. 전원을 켜자 마지막 사진이 화면에 떴습니다.
오늘 아침, 박 씨의 집 현관 앞에서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나가는 박 씨의 뒷모습을.
누군가가 안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아직도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스마트폰은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지문도, DNA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그 이후로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가끔, 새 집의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것이 자신과 똑같이 움직이는지 0.5초간 확인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항상 똑같이 움직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