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 첫날, 서두르다 놓친 것
서른셋 이수정 씨(가명, 33세)는 오랜 꿈이었던 작은 소품샵을 열었다. 상가 주인은 계약할 때부터 신신당부를 했다.
"여기 자리가... 전에 세 군데가 연달아 반년을 못 넘기고 나갔어요. 개업할 때 고사는 제대로, 끝까지 지내세요. 특히 시루떡은 김 다 빠질 때까지 절대 건들지 마시고요."
수정 씨는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개업 전날 시루떡과 막걸리, 북어를 준비해 상을 차렸다. 향을 피우고 가게 네 귀퉁이에 술을 따르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문제는 오픈 당일 아침, 미리 예약해둔 화훼 배송 기사가 예정보다 삼십 분 일찍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김이 채 빠지기도 전에
배송 기사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재촉했다. 수정 씨는 아직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시루떡 접시를 상에서 그대로 치우고, 서명을 하러 문밖으로 나갔다.
돌아왔을 때 상은 이미 정리돼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빨리 오픈해야죠" 하며 시루떡째로 냉장고에 넣어버린 뒤였다.
수정 씨는 잠깐 찜찜했지만 첫 손님이 들어오면서 그 생각도 금세 잊혔다.
그 자리에만 남는 흔적
이상한 일은 개업하고 사흘째 되던 밤, 마감 정리를 하다 시작됐다.
시루떡 접시가 놓여 있던 정확히 그 자리, 진열대 앞 바닥 타일에 유난히 습기가 차 있었다. 걸레로 닦아도 다음 날 저녁이면 같은 자리에 다시 축축한 자국이 생겼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자리 위쪽 쇼윈도 유리에 성에 같은 김서림이 생기더니 그 안에 흐릿한 손자국이 찍혔다. 다섯 손가락이 뚜렷하게, 마치 누군가 접시를 급하게 낚아채듯 짚은 모양이었다.
수정 씨는 처음엔 습도 탓, 온도 차 탓이라 여기며 넘겼다.
옆 가게 사장님의 귀띔
같은 상가 옆 칸에서 오래 장사한 문구점 사장이 어느 날 지나가듯 말을 건넸다.
"여기 전 사장님도 딱 그 자리에서 뭘 자꾸 본다고 했었어요. 개업고사 지내다가 뭔 일이 있었다던데... 결국 반년도 못 채우고 나갔죠."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것까진 몰라요. 근데 그 자리, 유리에 뭐가 비친다고 몇 번을 말했었어요. 저는 못 봤지만."
수정 씨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손자국이 찍히는 자리가 정확히 시루떡을 놓았던 그 위치라는 걸 그제야 확신했다.
유리 안쪽에서 마주친 손
그날 밤, 마감 후 혼자 남아 재고 정리를 하던 수정 씨는 쇼윈도 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드니 유리 바깥에서 안쪽을 향해 손바닥 하나가 눌려 있는 게 보였다. 다섯 손가락이 유리에 하얗게 눌린 자국이었다.
'밖에 누가 있나.'
수정 씨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유리 밖은 텅 빈 상가 복도였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손자국은 유리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 면에도 똑같은 모양으로 겹쳐 찍혀 있었다. 마치 안과 밖에서 동시에 같은 손이 유리를 짚은 것처럼.
수정 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채, 자신의 숨소리가 유리에 서서히 김을 만들어 손자국을 지워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향이 다 탈 때까지 기다린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수정 씨는 매달 초하루, 가게 문을 닫고 다시 상을 차린다. 이번엔 향이 끝까지 다 타고, 시루떡 위 김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절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덕분인지 손자국은 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감할 때마다 그 자리를 지날 때면, 여전히 그 부근만 유독 서늘하다는 걸 수정 씨는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장소, 인물이나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