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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수면 마비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
수면 마비

새벽 6시 17분, 가위눌림 속에서 귓가를 채운 여러 목소리

3년째 야간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한서인 씨는 매일 새벽 6시 17분마다 가위에 눌리며 귓가에서 겹쳐 들리는 낯선 목소리들을 듣는다. 검은 형체를 마주한 뒤, 그녀는 그 목소리들의 정체를 짐작하게 됐다.

2026년 09월 03일 visibility 3,669 조회 NEW
새벽 6시 17분, 가위눌림 속에서 귓가를 채운 여러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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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근무를 마친 새벽, 잠들 수 없는 시간

한서인 씨(가명, 29세)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년째 나이트 전담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밤 10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8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그녀의 하루는 남들과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창문을 암막 커튼으로 가리고 잠드는 것이 유일한 낮의 일과였다.

문제는 늘 같은 시각에 시작됐다. 잠든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새벽 6시 17분, 서인 씨는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눌림이라는 걸, 그녀는 처음부터 알았다. 매일 사람의 몸을 다루는 사람답게, 이 현상이 뇌의 각성과 몸의 마비가 어긋나 생기는 흔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무섭지 않아야 했다. 처음 몇 번은 실제로 그랬다.

처음엔 이명인 줄 알았다

가위눌림이 반복되던 두 번째 주부터, 서인 씨는 귓속에서 낮은 웅웅거림을 느꼈다. 오래 서서 근무하면 생기는 이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집에 돌아와 잠들 때만, 정확히 가위에 눌리는 그 순간에만 나타났다.

세 번째 주가 되자 웅웅거림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람의 말소리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왼쪽 귀에서 누군가 낮게 무어라 속삭이는 동안, 오른쪽 귀에서는 다른 누군가가 빠르게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러 개의 라디오 채널이 동시에 틀어진 것 같았다.

서인 씨는 눈을 뜬 채로 그 소리를 들었다. 눈동자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시계는 언제나 6시 17분에서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겹쳐 들리는 말들

한 달이 지나자 목소리는 셋, 넷으로 늘어났다. 어떤 목소리는 여자였고, 어떤 목소리는 아이 같기도 했고, 또 어떤 목소리는 남자의 낮은 톤이었다. 모두가 동시에, 서로 다른 말을, 서로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쏟아냈다.

서인 씨는 어느 밤 처음으로 한 단어를 알아들었다. "차가워." 왼쪽 귀 바로 옆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였다. 다음 날 밤에는 "여기, 여기예요"라는 말을 오른쪽에서 들었다. 또 다른 밤에는 "왜 안 와" 하는, 낯익은 억양의 목소리가 정수리 위쪽에서 들렸다.

그 억양이 어디서 들어본 것인지, 서인 씨는 며칠 뒤에야 깨달았다. 응급실에서 보호자 없이 실려 온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내뱉던 말들과 닮아 있었다.

귓가에 바짝 붙은 것

가위눌림이 시작된 지 두 달째 되던 날 새벽, 서인 씨는 처음으로 눈동자를 옆으로, 최대한 옆으로 굴렸다. 협탁 위 작은 손거울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고, 거기에 침대 머리맡이 비쳤다.

거울 속, 그녀의 귓가에 무언가가 바짝 붙어 있었다.

사람의 상반신 실루엣이었다. 얼굴 없이, 입이 있어야 할 자리만 뚫린 검은 형체가 그녀의 귀에 입을 대듯 바짝 붙어 있었다.

형체는 하나였다. 그런데 그 하나의 검은 입에서,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었다. 수십 명이 그 좁은 입 하나를 통해 한꺼번에 말하려 다투는 것처럼.

서인 씨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형체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듯 거울 쪽을 향했다.

거울에 비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없었지만, 서인 씨는 분명히 느꼈다. 그것이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그 목소리들이 하던 말

가위가 풀린 순간 서인 씨는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낮에도 그 검은 형체와 겹쳐 들리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몇 주 뒤, 야간 근무 중 이송된 한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서인 씨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보호자 없이 홀로 실려 온 노인이 산소마스크 사이로 웅얼거린 말. "차가워." 정확히 그 새벽, 귓가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단어, 같은 억양이었다.

서인 씨는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목소리들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은 채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사람들의 말이,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 하나의 검은 것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매일 새벽, 그 말을 들어줄 단 한 사람을 찾아와 대신 쏟아놓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인 씨는 여전히 나이트 근무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새벽 6시 17분이면 눈을 뜬다. 다만 이제는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 중 낯익은 것이 섞여 있지 않은지, 조용히 확인부터 한다.

아직 병원에 있는, 살아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아닌지.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수면 마비(가위눌림)는 실제로 존재하는 수면 현상이나, 이야기 속 초자연적 요소는 창작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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