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마음 편히 잠들 수 없어서
이수진 씨(가명, 29세)는 종합병원에서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다. 다섯 평 남짓한 원룸에서 5년째 함께 지낸 고양이 '보리'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야간 근무나 연속 당직이 잦아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혼자 남은 보리가 걱정됐다. 그래서 반년 전, 후기가 많던 저가형 무선 홈캠 하나를 거실 창가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앱을 켜면 거실 전체가 둥글게 휘어져 보이는 어안렌즈 화면이 떴다. 밤에는 자동으로 적외선 모드로 전환돼, 방 안이 옅은 회색과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흑백 화면이 됐다. 그 화질 속에서 보리가 소파 위에 웅크린 실루엣만 확인해도 수진 씨는 마음이 놓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시작됐다.
근무 중 울린 알림
야간 근무 중이던 어느 날 새벽 2시경, 휴대폰에 움직임 감지 알림이 떴다.
앱을 열었다. 어안렌즈 특유의 휘어진 화면 속, 거실 한가운데를 누군가 천천히 가로질러 걷고 있었다.
수진 씨는 순간 숨이 멎었다.
그 형체는 자신과 똑같은 체형에, 평소 즐겨 입는 헐렁한 잠옷 차림이었다. 걸음걸이마저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오래된 무릎 습관까지 똑같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도어락 기록에도 그날 출입한 사람은 없었다.
렌즈 반사나 오작동이라 여기며 애써 넘겼다. 저가형 제품이니 화질이 떨어져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였을 뿐이라고.
쌓여가는 사소한 일치
하지만 알림은 그 뒤로도 며칠 간격으로 계속됐다.
어느 밤에는, 형체가 부엌 식탁 앞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건 수진 씨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더 소름 끼치는 건, 어느 새벽 영상 속 형체가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한동안 꺼내지 않던 낡은 니트를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옷은 며칠 뒤 수진 씨가 우연히 다시 꺼내 입기 전까지, 분명 옷장 안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시간 순서가 맞지 않았다.
형체는 수진 씨가 아직 하지 않은 행동을, 그녀보다 먼저 하고 있었다.
창가에 서 있던 것
가장 자주 찍힌 장면은 따로 있었다.
형체는 종종 거실 창가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어안렌즈 화면 가장자리, 살짝 일그러진 위치에 검은 실루엣 하나가 몇 분이고 그대로였다.
보리는 그 시간이면 항상 캣타워 꼭대기로 올라가 그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수진 씨는 근무 쉬는 시간마다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봤다. 화면을 확대해도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흑백의 IR 화질 속에서, 그저 자신과 똑같은 윤곽만 또렷했다.
부엌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그날 새벽, 가장 결정적인 알림이 왔다.
형체가 부엌 조리대 앞에서 무언가를 썰고 있었다. 화면 속 움직임이 순간 크게 흔들리더니, 형체가 손목을 감싸 쥐며 몸을 웅크렸다.
화면이 흔들리는 몇 초 사이, 조리대 위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흩뿌려지듯 번졌다.
수진 씨는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 봤다. 손목을 다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시각, 그녀는 병원 스테이션에 앉아 차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퇴근해 씻으려던 수진 씨는 오른쪽 손목 안쪽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가늘고 붉은 상처 하나가, 마치 어제 생긴 것처럼 선명하게 나 있었다.
베인 기억도, 부딪힌 기억도 없었다.
뒤바뀐 순서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상처는 며칠 만에 흐릿하게 아물었지만, 수진 씨는 그날 이후 홈캠 알림이 올 때마다 두려움과 함께 이상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형체가 자신을 따라 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화면 속 그것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옷장 속 니트도, 손톱을 물어뜯던 버릇도, 손목의 상처도 — 전부 화면 속에서 먼저 일어난 뒤에야 수진 씨의 현실에 도착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흔적
수진 씨는 요즘도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홈캠 앱부터 열어 지난 알림을 확인한다.
보리는 여전히 창가 쪽을 등지고 앉는다.
어제저녁, 앱에는 또 하나의 알림이 쌓여 있었다. 어안렌즈 화면 속, 창가에 서 있던 형체의 왼쪽 팔뚝에 붉은 상처 자국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
수진 씨의 왼쪽 팔뚝에는, 아직 아무 상처도 없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무선 홈캠(펫캠) 제품이나 서비스, 인물,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