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찾아간 곳
윤○○ 씨(가명, 24세)는 작년 봄까지만 해도 무속이니 신령이니 하는 것들을 믿지 않았습니다. 서울 동작구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자취하며 식품 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는 평범한 이십 대였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무당을 찾아간 건 순전히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서였습니다. 어머니가 몇 달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소개로 소문난 곳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고, 서현 씨는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따라나섰습니다.
관악구 어느 골목 안쪽, 오래된 다세대 주택 1층에 있는 그 신당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했습니다. 향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습니다. 신당 안쪽에 앉아 있던 무당 강 씨(가명, 60대)는 서현 씨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이분은 여기 앉아계세요."
어머니에게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서현 씨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강 씨는 서현 씨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끼가 있어요. 오래됐어요. 모르고 살아온 것뿐이에요."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신내림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 몸이 버텨내질 못해요."
서현 씨는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거구나, 하고.
"괜찮습니다. 저는 그런 거 믿지 않아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신당을 나왔습니다.
그것이 실수였습니다.
거부한 다음 날부터
그날 밤.
아파트로 돌아온 서현 씨는 씻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피곤했습니다.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47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목이 조였습니다.
손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 둘레를 감싸 쥐는 형태의 압박. 숨을 쉬려 하면 더 강해졌습니다. 서현 씨는 두 손으로 목을 감쌌습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1분쯤 지나자 사라졌습니다.
서현 씨는 불을 켰습니다. 방 안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창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도어락은 잠겨 있었습니다. 꿈인가 싶었습니다. 다시 누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욕실 거울을 봤을 때, 목에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엔 베개 자국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왼쪽 팔 안쪽에 손톱 자국 같은 선이 세 줄 생겨 있었습니다. 서현 씨는 자신이 잠결에 긁었나 싶었습니다. 손톱을 확인했습니다. 짧게 깎여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은 오른쪽 어깨에서 등까지 이어지는 흔적이었습니다.
눌리기 시작한 어깨
열흘쯤 지나자 증상이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어깨였습니다. 정확히는 오른쪽 어깨와 등 위. 무언가 매달려 있는 무게감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근육통인가 싶었습니다. 파스를 붙이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습니다.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것 같다가 집에 돌아오면 다시 느껴졌습니다. 출근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들 때도.
항상 거기 있었습니다.
무언가가.
서현 씨는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습니다. 스트레스성 근막통증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먹어도 소용없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꿈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동네 골목이 보이는 꿈이었습니다. 그냥 배경 같은 꿈. 그런데 사흘 뒤, 그 꿈에서 본 골목을 출근길에 지나쳤습니다. 똑같은 간판, 똑같은 담벼락.
그리고 그 골목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서현 씨가 목격하기 10분 전에.
그 다음 주에는 꿈에서 회사 선배 이 씨의 얼굴을 봤습니다. 이 씨의 얼굴 위로 짙은 검은 기운 같은 것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꿈에서 깬 서현 씨는 불안했습니다. 출근해서 이 씨를 봤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사흘 후 이 씨는 급성 충수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서현 씨는 그날 퇴근 후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거울 속에서
그날 밤이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 거울 앞에 섰습니다. 머리를 닦으려고 수건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손이 멈췄습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보였습니다.
서현 씨는 지쳐 있었습니다. 얼굴이 굳어 있었습니다. 울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울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의 자신이.
웃고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짓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분명히. 확실히.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거울 속의 얼굴은 웃고 있었습니다.
서현 씨는 손을 들었습니다. 거울 속의 손도 들렸습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습니다. 거울 속도 기울었습니다.
그러나 표정만은. 그 미세한 웃음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서현 씨는 뒤로 물러섰습니다. 욕실 문을 닫았습니다. 그날 밤 더 이상 거울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서현 씨는 욕실 거울에 수건을 걸어뒀습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서현 씨가 어머니의 오랜 권유로 세례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두 달 후였습니다. 종교적 확신보다는 마지막 선택지라는 심정이었습니다.
세례식 다음 날 아침, 서현 씨는 목에 압박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깨의 무게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피부의 생채기도 더 이상 생기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러운 안도였습니다. 끝난 건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주가 지나고, 세 주가 지나도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거울을 덮었던 수건을 치웠습니다. 거울 속 자신은 자신의 표정을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서현 씨는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서현아... 나 오늘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 만났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이었다고 했습니다. 50대쯤 되어 보이는 낯선 남자가 자리에 앉더니 어머니를 보고 갑자기 말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따님 잘 지내시죠?"
어머니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구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서현 씨의 이름을 댔습니다. 나이도 말했습니다. 사는 동네도 정확했습니다.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남자는 덧붙였습니다.
"거부하는 거 알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됩니다."
그리고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어머니가 뒤늦게 뒤돌아봤을 때, 남자는 플랫폼 끝 어둠 속에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서현 씨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으며 물었습니다.
"그 남자... 어떻게 생겼어요?"
어머니가 설명한 체격은 서현 씨의 꿈에 오래도록 등장했던 그것과 같았습니다.
서현 씨는 지금도 세례받은 교회에 다닙니다.
다만 요즘 들어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직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제, 욕실 거울 앞에 서다가 수건을 다시 꺼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구전 체험담과 괴담을 바탕으로 완전히 재창작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무속 신앙과 종교를 비하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