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를 아는 사람은 저뿐이었다
저는 박 씨(가명, 29세)입니다. 지난달 초에 지방 도시의 오래된 빌라 2층 투룸으로 이사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사하던 날 저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직접 새로 설정했습니다. 여섯 자리. 어디에도 적어 두지 않았고, 가족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이 번호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침실 문은 늘 열어 두고 잡니다. 문 맞은편이 곧바로 짧은 복도이고, 복도 끝이 현관입니다. 현관에는 사람이 지나가면 켜지는 센서등이 달려 있어서, 불이 켜지면 그 창백한 빛이 침실 문을 타고 들어와 천장에 길쭉한 직사각형을 그립니다.
지난 10월 28일 수요일 밤, 저는 평소처럼 열한 시쯤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삑, 삑, 삑
눈을 뜬 건 깊은 새벽이었습니다. 시계를 볼 수는 없었지만, 창밖이 완전히 캄캄한 걸 보면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시간이었습니다.
눈은 떠졌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눈꺼풀 하나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가위눌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몇 번 겪어 본 적이 있어서 곧 풀리겠거니, 숨만 고르면 된다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때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삑.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였습니다.
삑. 삑.
저는 반듯이 누운 채 천장만 보고 있었습니다. 방 안은 캄캄했고, 천장에는 아무 빛도 없었습니다.
삑.
누군가 밖에서 번호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한 번 누를 때마다 사이가 길었습니다. 마치 오래 외워 온 숫자를 하나씩 떠올리며 누르는 것처럼.
삑. 삑.
여섯 번째 소리가 끝나자마자, 경쾌한 멜로디가 울렸습니다.
띠리릭.
맞는 번호였습니다. 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저뿐인데.
천장에 드리운 그림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닫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철컥, 하고 자동으로 잠기는 소리까지.
복도의 센서등이 켜졌습니다. 천장에 그 길쭉한 직사각형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눈동자만 겨우 굴려서 그 창백한 빛만 바라보았습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빛 안으로 무언가가 천천히 들어왔습니다. 사람의 머리와 어깨 모양을 한 긴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는 천장을 따라 미끄러지듯 이쪽으로 다가왔고, 직사각형의 빛이 그림자에 먹혀 점점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센서등이 꺼졌습니다.
완전한 어둠. 침대 가장자리의 매트리스가 천천히 아래로 꺼졌습니다. 누군가 걸터앉은 것처럼요. 이불 위로 차가운 무게가 발목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허벅지로 올라왔습니다.
젖은 숨결이 제 오른쪽 귀에 닿았습니다.
「번호 바꿨네.」
속삭임이었습니다. 웃음기가 섞여 있었습니다.
「맞추는 데 오래 걸렸어.」
퇴장 기록이 없다
눈을 뜬 건 창밖이 희뿌옇게 밝아올 무렵이었습니다. 몸은 풀려 있었고, 이불은 제 허벅지 쪽이 눌린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귓바퀴가 얼음처럼 차가웠습니다.
저는 집 안을 구석구석 뒤졌습니다. 옷장, 욕실, 베란다, 침대 밑까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신발은 제가 둔 그대로였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도어락 앱을 열어 본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03:12 비밀번호로 열림」
「03:12 자동 잠김」
그게 전부였습니다. 안쪽 손잡이로 열고 나간 기록이 없었습니다. 들어온 기록만 있고, 나간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날 낮에 저는 비밀번호를 또 바꿨습니다. 그 뒤로 사흘 밤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오늘 새벽, 앱을 열어 보았습니다.
「03:12 비밀번호 오류 1회」
한 번 틀렸습니다. 그것이 다음번에는 맞을 것 같아서,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현관 쪽을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실제 인물, 장소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