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기 전에 오는 소리
한지원 씨(가명, 29세)는 외할머니에게 어릴 때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우리 집 여자들은 원래 좀 그래. 오기 전에 먼저 오는 소리가 있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한 건 스무 살이 넘어서였다. 지원 씨는 오세인 씨(가명, 29세)와 함께 경기도의 한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서 4년째 동거 중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세인 씨가 도착하기 몇 분 전이면 늘 같은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삑삑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슬리퍼를 끄는 발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향하는 소리.
처음엔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몇 번 겪고 나니 오히려 편리했다. 그 소리가 들리면 정확히 5분에서 10분 뒤, 진짜 세인 씨가 똑같은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반가운 전조
두 사람은 이 현상에 이름까지 붙였다. "예고편."
"방금 예고편 떴다. 너 곧 오나 보네."
지원 씨가 문자를 보내면, 세인 씨는 어김없이 "어, 방금 지하철 내렸어"라고 답했다. 예고편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가끔은 장난도 쳤다. 예고편 소리가 들리면 지원 씨는 일부러 현관 앞에 서서 기다렸다. 문을 열어보면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복도도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간만큼 지나면, 세인 씨가 똑같은 발소리로, 똑같은 자리에 나타났다.
4년 동안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그래서 지원 씨는 그것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조금 신기한 습관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
지난달, 그 전까지는.
그날 밤, 소리만 왔다
그날은 세인 씨의 회식이 늦어진 금요일이었다. 밤 11시쯤, 지원 씨는 방에서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삑삑삑. 도어록 열리는 소리.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슬리퍼를 끄는 발소리가 거실로 들어섰다.
지원 씨는 웃으며 휴대폰을 들었다. "예고편 떴다"라고 메시지를 쓰려는 순간, 세인 씨에게서 먼저 문자가 왔다.
"미안, 아직 2차임 ㅜㅜ 한 시간은 더 걸릴 듯"
지원 씨는 손을 멈췄다. 거실에서는 여전히 발소리가 나고 있었다. 냉장고 여는 소리. 물 따르는 소리. 컵을 내려놓는 소리.
4년 만에 처음으로, 예고편이 예고편으로 끝나지 않고 있었다.
지원 씨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냉장고 문도 닫혀 있었다. 싱크대에는 물기 하나 없었다.
집 안은 완벽하게 고요했다. 소름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한 시간 뒤, 세인 씨가 정말로 도착했다. 삑삑삑, 끼익, 슬리퍼 소리.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순서, 완전히 똑같은 박자였다.
두 번째 도착
지원 씨는 현관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세인 씨가 들어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문이 열렸다. 세인 씨가 들어섰다. 그런데 세인 씨의 표정이 이상했다.
"너... 아까 왜 대답 안 했어?"
지원 씨는 무슨 말인지 되물었다. 세인 씨는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아까 집 앞 복도에서 너 봤는데. 현관문 열고 들어가는 뒷모습. 내가 불렀는데 못 들은 척 들어가버리길래..."
그 시각, 세인 씨는 여전히 2차 술집에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세인 씨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파트 복도를 걸어와, 도어록을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기 자신의 뒷모습을.
그 뒷모습은 지원 씨가 아니었다. 세인 씨였다.
두 사람은 그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거실에 나란히 앉아 현관문만 바라보았다.
아직도 구분할 수 없는 소리
그 뒤로 예고편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밤 어김없이 찾아왔다.
문제는, 이제 지원 씨가 그 소리와 진짜 세인 씨의 발소리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삑삑삑. 끼익. 슬리퍼 소리. 완전히 같았다. 속도도, 리듬도, 심지어 숨소리의 간격까지.
지원 씨는 더 이상 소리만 듣고 문을 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누구세요?"
대부분은 세인 씨의 목소리가 돌아온다. "나야, 왜 그래."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겹쳐서 대답할 때가 있다.
"나야."
지원 씨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문을 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소리가 완전히 잦아들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이 아닌, 여러 공포 체험담의 요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 장소, 상황은 모두 허구이며 실존 인물이나 특정 장소와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