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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초자연 현상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
초자연 현상

아파트 전체가 앓던 그 소리, 이제는 나만 들을 수 있다

은파마을 아파트 주민 전체를 괴롭히던 원인불명의 저음. 조사가 원인불명으로 끝나자, 그동안 전혀 듣지 못했던 서지안 씨에게만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2026년 09월 16일 visibility 3,327 조회 NEW
아파트 전체가 앓던 그 소리, 이제는 나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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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듣는 소리를 나만 듣지 못했다

서지안 씨(가명, 31세)는 은파마을 3단지 12동에서 3년째 혼자 살고 있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냈다. 조용한 게 좋아서 고른 동네였다.

그 조용함이 깨진 건 초여름 무렵부터였다.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에 이상한 글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밤만 되면 낮고 둔중한 웅웅거림이 들려서 잠을 잘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옆집에 사는 박수경 씨(가명, 28세)는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언니, 진짜 이 소리 안 들려요? 냉장고 소리랑은 달라요. 훨씬 낮고, 뭔가... 벽 자체가 울리는 것 같은 소리예요.

지안 씨는 매번 귀를 기울여봤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10동, 12동, 15동 할 것 없이 단지 전체에서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두통, 이명, 알 수 없는 불쾌감. 몇몇은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써도 소리가 뼈를 타고 전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지안 씨만 예외였다.

저는 진짜 하나도 안 들리는데...

그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꼈다. 처음엔 부럽다는 반응이었지만, 나중엔 은근한 의심이 섞였다. 진짜 안 들리는 거냐고, 혹시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지안 씨는 억울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상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겪는 것을 자신만 겪지 못한다는 사실이, 왜인지 소외보다 더 무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원인불명으로 끝난 조사

민원이 관리사무소를 넘어 구청까지 이어지자, 결국 음향 측정 전문업체가 투입됐다. 단지 곳곳에 소음 측정기가 설치됐고, 지하 기계실과 변전실, 인근 공사장까지 샅샅이 조사가 이뤄졌다.

두 달에 걸친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허무했다.

측정값 상 특이 소음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기계는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소리를 들었다. 몇몇 주민은 결국 견디다 못해 이사를 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하나둘 포기하듯 입을 다물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의 글도 점점 뜸해졌다.

수경 씨도 어느 순간부터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요즘은...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제가 적응한 건지.

지안 씨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상한 소리도, 그것 때문에 흔들렸던 동네 분위기도 이제 다 지나간 일이 되는 줄 알았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용해진 밤에, 처음 들려온 소리

조사가 끝나고 3주쯤 지난 밤이었다. 지안 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주 낮은 웅웅거림이 귀 안쪽에서 느껴졌다.

처음엔 이명인 줄 알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봤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또렷해지고 있었다.

낮고, 균일하고, 끊이지 않는 소리. 수경 씨가 몇 달째 설명하던 바로 그 소리였다.

지안 씨는 몸이 굳는 걸 느꼈다. 드디어 나도 듣게 됐다는 안도감보다, 왜 하필 지금인지에 대한 불안이 더 컸다. 조사는 이미 끝났다. 아무도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한 채로.

그녀는 창문을 열어봤다. 소리는 그대로였다. 창문을 닫아봤다. 소리는 그대로였다. 냉장고 전원을 내려봤다. 소리는 그대로였다.

밖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거실에서 침실로, 침실에서 화장실로

지안 씨는 그날 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방법은 단순했다. 집 안을 돌아다니며, 소리가 커지는 곳과 작아지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거실에서는 낮고 일정하게 들렸다. 소리를 따라 침실로 걸어갔다.

그런데 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침실 문턱을 넘는 순간, 마치 소리도 함께 따라 들어온 것처럼 똑같은 크기로 이어졌다.

화장실로 가봤다. 타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 소리가 울려서 더 커질 거라 예상했다.

소리는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의 크기로, 정확히 그녀의 귓속에서만 계속되고 있었다.

지안 씨는 그제야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이 소리는 공간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로 가든, 그녀가 있는 곳에 그 소리도 함께 있었다.

그날 이후 소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들려왔다. 자정 무렵 시작해서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되는 날도 있었고, 낮에 불쑥 찾아오는 날도 있었다. 패턴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소리는 이제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녹음 파일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지안 씨는 휴대폰으로 소리를 녹음해보기로 했다. 증거가 있다면 병원에서든 관리사무소에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들리던 밤, 그녀는 휴대폰을 귀 가까이에 대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1분, 2분, 3분.

녹음하는 동안에도 소리는 계속 들렸다. 낮고, 균일하고, 끊이지 않는 그 웅웅거림.

그런데 3분을 넘어선 순간, 소리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균일하던 저음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웅얼거리는 듯한 결이 섞여 들었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형체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었다.

그것은 점점 또렷해지며 귓바퀴 바로 안쪽까지 다가왔다.

웅웅거림이 아니었다. 무언가 낮은 목소리로, 아주 가까이에서,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무언가를 반복해서 웅얼거리고 있었다.

지안 씨는 숨을 참은 채 녹음을 멈췄다.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파일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완전한 정적. 방 안의 사소한 숨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잡히지 않은, 부자연스러울 만큼 깨끗한 무음이었다.

그 소리는 녹음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나만 듣는, 나만 아는 소리

그 뒤로 지안 씨는 더 이상 소리의 정체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병원에도, 관리사무소에도 가지 않았다. 말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걸 알았다.

은파마을 3단지의 민원은 이제 완전히 잦아들었다. 수경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그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한다고 했다. 마치 그 소리가, 이제는 지안 씨 한 사람에게로 옮겨간 것처럼.

지안 씨는 지금도 매일 밤 그 소리와 함께 잠든다. 처음엔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다만 가끔, 아주 가끔.

그 낮은 웅웅거림 사이로 섞여 드는 웅얼거림이, 마치 누군가 흥얼거리는 멜로디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어릴 적 누군가 불러줬어야 했지만, 아무도 불러준 적 없는 자장가 같은 그 멜로디.

지안 씨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는,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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