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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도플갱어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사건이 아닙니다
도플갱어

화상통화 켜기 전, 그 방에는 이미 내가 들어와 있었다

매주 수요일 늦게 접속하던 31세 번역가는 화상통화 화면 속,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자신이 방 안을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스터디원들은 그녀가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 증언하고, 다시 볼 때마다 녹화 영상 속 그림자는 점점 선명해진다.

2026년 07월 28일 visibility 2,896 조회 NEW
화상통화 켜기 전, 그 방에는 이미 내가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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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밤, 늦어도 접속하는 이유

한서연 씨(가명, 31세)는 프리랜서 번역가였다. 마감에 쫓기는 일상 속에서 유일한 낙은 매주 수요일 밤에 열리는 온라인 어학 스터디였다. 스터디원은 셋. 진행은 늘 스터디장인 윤지민 씨(가명, 28세)의 방에서, 노트북 화면 하나로 이루어졌다.

그날도 한 씨는 마감 때문에 늦었다. 저녁 9시에 시작하는 스터디에, 그녀는 9시 40분이 되어서야 화상통화 링크에 접속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지민 씨의 자취방으로 직접 가는 길이었다. 통화로 먼저 참여하고, 도착하면 노트북을 덮고 얼굴을 보며 마무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화면 너머로 지민 씨의 방이 보였다. 책상, 책장, 그리고 방문. 그 방문 너머로 좁은 복도가 어렴풋이 비쳤다.

화면 속에서 스친 그림자

스터디가 한창 진행되던 중이었다. 한 씨는 문제집을 펼쳐놓고 발음을 교정받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오른쪽 구석, 지민 씨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는 틈으로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의 형체였다. 짙은 남색 코트. 한 씨가 그날 입고 나온 옷과 똑같았다.

"어? 방금 누구 지나갔어?" 한 씨가 물었다.

지민 씨는 화면 너머로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집에 나밖에 없는데."

한 씨는 애써 웃어넘겼다. 조명 그림자였겠거니, 혹은 화질 문제였겠거니 생각했다. 통화 화면 속 시간은 밤 9시 47분. 그녀는 그때 아직 지하철 안이었다.

40분 뒤, 한 씨는 지민 씨의 집 앞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준 지민 씨가 대뜸 물었다.

"어, 벌써 왔어? 아까 방에서 나가는 것 같더니, 다시 온 거야?"

한 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그 시간 지하철 안에서 내내 앉아 있었다.

"너 어제 여기 있었잖아"

이상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스터디 단체 채팅방에 세 번째 멤버인 오영훈 씨(가명, 30세)가 메시지를 남겼다.

"서연 씨, 어제 갈 때 인사도 없이 그냥 가셨더라고요. 문 앞에서 저랑 눈 마주쳤는데."

한 씨는 어제 오영훈 씨를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는 애초에 스터디에 화상으로만 참여했고, 현장에는 오지 않았다.

"저 어제 그 방에 안 갔었는데요. 화면으로만 있었잖아요."

"아니요, 저 어제 개인 사정으로 화면도 못 켰어요. 근데 서연 씨는 문 앞에서 봤어요. 지민이네 복도에서."

소름이 돋았다. 한 씨는 자신이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짚어 보려 했다. 지하철, 환승, 도착. 순서는 분명했다. 하지만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어디에 있었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교통카드 사용 내역은 흐릿한 시각만 찍혀 있을 뿐이었다.

다시 볼 때마다 달라지는 영상

스터디는 항상 복습용으로 녹화됐다. 한 씨는 그날의 녹화본을 다시 열었다.

9시 47분. 화면 속 그림자가 다시 스쳐 지나갔다. 처음 봤을 때보다 형체가 조금 더 선명했다.

다음 날 다시 돌려봤다. 그림자는 이제 문틈이 아니라 문 전체를 채우고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코트 자락과 신발은 분명 한 씨의 것이었다.

며칠 뒤 세 번째로 돌려봤을 때, 그림자는 카메라 쪽을 향해 몇 걸음 다가와 있었다.

한 씨는 파일을 삭제하려 했다. 삭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이 멈췄다. 다시 켰을 때, 파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재생 시간만 3초 늘어나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은 나였다

그다음 수요일, 한 씨는 일부러 스터디에 정시보다 일찍 접속했다. 자신이 늦게 나타나는 패턴을 끊고 싶었다.

화상통화 링크를 눌렀다. 화면이 켜지기까지 몇 초. 로딩 화면이 사라지고 지민 씨의 방이 나타났다.

책상 앞, 노트북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한 씨였다.

그녀는 아직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통화방에 이제 막 접속한 참이었다. 그런데 화면 속 자신은 이미 그 자리에, 오래전부터 앉아 있었던 사람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먼저 말했다.

"어, 서연아. 왔어?"

한 씨의 목소리였다. 한 씨의 말투였다. 다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한 씨는 통화를 끊었다. 다시는 그 스터디에 접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도 그녀는 화상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 몇 초간 망설인다. 화면이 켜지는 그 짧은 순간, 자신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에 이미 누군가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봐.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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