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이야기
새벽 2시 무인 빨래방, 동전을 넣지 않은 건조기 유리에 안쪽에서 작은 손자국이 찍혔다
야근 뒤 찾은 새벽 무인 빨래방. 꺼진 건조기 안에서 젖은 하얀 소매가 돌고, 유리 안쪽에 아이 손자국이 위로 올라왔다. 집까지 따라온 것은 젖은 양말 한 짝이었다.
새벽 2시 12분, 빈 방에서 남편이 늙은 여자의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렀다
장례 뒤 말수가 줄어든 남편이 새벽마다 사라진다. 문틈 너머 빈 방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안고 낯선 노인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그가 아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새아가, 아직 안 잤냐.'
가위에 눌린 새벽, 침대 끝에 앉은 젖은 머리의 그것이 이 씨의 숨에 맞춰 숨을 쉬었다
수면등을 켠 새벽 3시 7분, 몸이 굳은 채 눈을 돌리자 침대 가장자리에 젖은 긴 머리의 형체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것은 이 씨의 숨소리에 맞춰 어깨를 움직였다.
이사 첫날 밤 뿌린 팥 세 줌, 아침에는 작은방 한 줌만 사라져 있었다
한 씨는 이사한 날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방마다 팥을 뿌려 잡귀를 쫓았다. 하지만 새벽 작은방에서 팥을 하나씩 집어 먹는 소리가 났고, 아침에는 그 방의 팥만 사라져 있었다.
가위에 눌린 새벽, 이불을 턱 끝까지 여며 주던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침마다 이불이 단단히 여며져 있었다. 높이는 매일 조금씩 올라왔다. 가위에 눌린 새벽, 수면등 곁 의자에 앉은 노인이 이불을 코 위로 끌어올렸다.
새벽 3시 11분, 꺼진 휴대폰이 녹음한 것은 잠든 숨소리를 세는 목소리였다
아침마다 휴대폰에 생겨나는 낯선 녹음 파일. 잠든 자신의 숨소리 옆에서 누군가 숫자를 세고 있었다. 전원을 꺼도, 숨을 멈춰도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택시 뒷좌석 가운데 자리, 두 명이 탔는데 문은 세 번 닫혔다
야간 택시 기사 박 씨는 새벽에 두 명의 손님을 태웠다. 그러나 백미러 속 뒷좌석 가운데에는 또 하나의 형체가 앉아 있었고, 내릴 때 문은 세 번 닫혔다.
닷새 밤, 가위에 눌릴 때마다 침대 발치의 그것이 돌아봤다
가위눌림 속 침대 발치에 등 돌리고 앉은 형체. 밤마다 조금씩 윤 씨 쪽으로 돌아보더니 닷새째 밤, 가위가 풀렸는데도 사라지지 않았다.
수면 녹음 앱에 찍힌 목소리, '응, 그래서?'
잠꼬대를 확인하려고 켠 수면 녹음 앱. 새벽 두 시 사십 분, 잠꼬대 뒤에 다른 누군가가 대답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방에서.
새벽 3시 40분 심야버스, 백미러에만 보이는 승객이 있었다
심야 버스 기사가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승객을 목격했다. 하지만 승차 태그 기록에도, 하차 기록에도 그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백미러로만 보이는 존재의 정체는...
야자시간에 장난삼아 한 분신사바, 마무리 인사를 못 했다
고3 자율학습실에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분신사바 게임. 젓가락은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에 반응했고, 마무리 인사를 채 끝내기도 전에 불이 꺼졌다. 그날 이후...
새벽 2시, 초인종 카메라 속엔 나와 똑같은 사람이 서 있었다
혼자 사는 오피스텔, 새벽 초인종이 울렸다. 확인한 도어캠 화면 속엔 지금 이 순간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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