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이야기
하산길 헤드랜턴은 셋이었는데, 점호 마지막에 어둠 속에서 넷이라는 목소리가 났다
어두워진 하산길, 허리 높이의 불빛이 서른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쉼터에서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어둠 속에서 넷이라는 대답이 들렸다.
막차 기사가 인원을 두 번 세던 밤, 윤 씨의 교통카드는 한 번 더 찍혔다
막차 기사가 혼자 탄 윤 씨에게 두 분이냐고 중얼거렸다. 하차 때 단말기는 한 번 더 울렸고, 앱에는 아직 내리지 않은 승객의 기록이 남았다.
닷새 연속 새벽 2시 40분의 가위눌림, 그것은 매일 밤 침대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새벽 2시 40분마다 가위에 눌리는 서 씨. 현관에서 시작된 형체는 하룻밤에 한 걸음씩 침대로 다가왔고, 닷새째 밤 귓가에 속삭였다.
장례 후 달라진 아내, 새벽 냉장고 불빛 아래서 모르는 노래를 불렀다
외할머니 장례 이후 말투와 손잡이가 바뀐 아내 정 씨. 새벽 3시 열린 냉장고 앞에서 쌀알을 늘어놓던 아내는 어깨 너머로 꺾여 돌아간 얼굴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는 동료의 말, 그 시각 한 씨는 회의실에 있었다
회의 중이던 시각에 엘리베이터에서 한 씨를 봤다는 동료의 말이 시작이었다.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던 베이지색 코트의 그 사람은 어느 밤 한 씨의 집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벼룩시장에서 만 원에 산 오르골, 매일 아침 발레리나가 침대를 향해 돌아서 있었다
만 원에 산 낡은 오르골의 발레리나가 매일 침대 쪽으로 돌아서 있다. 밤새 찍은 영상 속에는 윤 씨가 눈을 뜬 채 직접 인형을 돌려놓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첫 제사를 혼자 지낸 밤, 지방이 다 타기 전에 뒤에서 민 씨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났다
처음으로 기제사를 혼자 지내던 민 씨. 할머니의 메모대로 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벽에는 그림자가 둘이었다. 지방에 잘못 쓴 한 글자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정전된 밤 비상계단, 뒤따르는 발소리는 최 씨의 걸음과 한 박자도 어긋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정전의 밤, 12층까지 걸어 올라가던 최 씨의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왔다. 박자를 어긋내라던 할머니의 말대로 걸어도 소리는 같은 순간에 따라 했다.
새벽 2시 무인 빨래방, 동전을 넣지 않은 건조기 유리에 안쪽에서 작은 손자국이 찍혔다
야근 뒤 찾은 새벽 무인 빨래방. 꺼진 건조기 안에서 젖은 하얀 소매가 돌고, 유리 안쪽에 아이 손자국이 위로 올라왔다. 집까지 따라온 것은 젖은 양말 한 짝이었다.
폐업한 목욕탕 신발장 앞, 벗어 둔 신발이 세 켤레에서 네 켤레로 늘어 있었다
십 년 전 문을 닫은 외곽의 대중목욕탕에서 사진을 찍던 세 사람. 닫혀 있던 신발장 한 칸이 열려 있었고, 젖은 슬리퍼가 한 켤레 늘어 있었다.
새벽 2시 12분, 빈 방에서 남편이 늙은 여자의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렀다
장례 뒤 말수가 줄어든 남편이 새벽마다 사라진다. 문틈 너머 빈 방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안고 낯선 노인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그가 아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새아가, 아직 안 잤냐.'
밤 11시 넘어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하얀 원피스,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
밤 11시가 넘어 혼자 탄 엘리베이터. 거울 속 윤 씨의 어깨 뒤에 젖은 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소문대로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여자가 사라진 거울 속에서 윤 씨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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